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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인간

2017. 12. 07 또 다시 반복

by blank_in2 2017. 12. 13.


 3월 화사하게 피었던 벚꽃들이 지금에서 돌아보니 눈의 꽃이 핀 것만 같구나. 지금 전국에 윗지방에서는 날씨가 추워 눈이 내리고 있다고 한다. 살랑거리면서 내리는 눈이 바닥에 소복소복 쌓여 우리의 마음을 정화시켜준다. 하지만 눈이 마냥 아름답지만은 않으리.  


 12월, 메가박스는 성수기를 맞이하고 있다. 평상시라면 별로 없었을 고객님들이 늦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많이 보이는 것을 보니 점점 성수기가 찾아오고 있음을 느낀다. 아마 여행지의 숙박시설도 변화를 보일 것이다. 비성수기보다 성수기에는 찾아오는 손님도 많을 것이고, 예약 전화도 많아지고 또한 가격 또한 올릴 테니 말이다.

 하지만 영화관은 성수기라고 해서 달라질 것은 없다. 그저 기존에 근무하던 크루들이 더욱 힘내야 할 뿐이다. 밤 11시가 되도록 팝퍼기를 마감하지 못한 채 새벽까지 팝콘을 튀기고, 끊이지 않는 고객님들에 계속해서 검표를 해야 할지도 모른다. 물론 매니저님들도 강 건너 불구경이 아닌 각종 클레임을 해결하느라 힘쓰실 것이다.


 메가박스에서도 성수기를 버티기 위해 마감 조에 또다시 신입 크루를 뽑았다. 11월에 두 명의 신입크루가 짤리고 새로 들어온 분이다. 마냥 기쁘고 환영하지는 않는다. 이 분도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으니까. 그래도 물론 인원을 보충해 주는 것은 아주 고마운 일이다. 11월에 걸쳐 또다시 마감을 가르쳐야 한다는 생각에 저절로 피곤해지고 스트레스가 쌓이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말이다.


 그렇다고 교육을 설렁설렁 할 수는 없다. 앞으로 다가올 성수기를 대비한다면 비록 한 명이라도 충분히 자신의 임무를 수행할 수 있을 만큼은 돼야 나중에 피곤하지 않을 것이다. 지금도 상상만 하고 있지만, 크리스마스이브나 크리스마스 당일에 얼마나 고객님들이 많이 찾아오실지 생각만 하면 아찔하다. 

 고객님들이 뽑는 번호표가 천 번을 넘겨 다시 일부터 시작하고, 그게 또다시 천 번을 넘겨서 일부터 시작하고, 이게 몇 번이나 반복돼서 작년 같은 경우에는 육천을 넘겼다고 전해 들었다. 과연 이번에는 몇 명이나 메가박스를 찾아올까.


 처음 영화관 아르바이트를 지원하고 면접을 보고 첫 교육을 받을 때까지만 하더라도, 무언가 낭만적이고 재밌을 거라고만 생각했던 영화관 아르바이트였는데 막상 일을 시작한 지 3개월이나 지난 지금은 잘 모르겠다. 나는지금 8월에 입사할 때 생각했던 낭만과 색다름을 지금 느끼고 있는가. 일반 음식점이나 카페가 아닌 영화관에서의 근무가 특별하고 환상적인가?!


 정답은 "역시 아르바이트는 아무리 특별하다고 해도 아르바이트일 뿐이다."


 물론 주휴수당이나 야간수당을 빠짐없이 챙겨주는 데다가 휴식시간까지 정확히 보장해주고 비록 아르바이트생이라 하더라도 매니저님들이 존대를 해주며 강압적으로 일을 시키기보다는 친절하게 가르쳐주고 알려주는 방식으로 우리를 대해준다. 그만큼 근무 환경에 대해서는 다른 곳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좋긴 하나 요즘은 점점 지친다.


 주 5일 근무에 일을 마치고 집에 도착하면 항상 새벽 1시를 넘어 늦게 잠드는 것도 그렇고, 이젠 날씨가 너무 추워서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을 하는 것도 힘들다. 아주 사소한 것이지만 아마 마음이 떠나서 그런걸지도 모르겠다. 계속해서 반복되는 하루하루가 더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오히려 두려움과 불안이 가득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