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피부가 트기 시작했다. 샤워하고서 스킨과 로션을 꼼꼼히 챙겨 바르고 있지만 추워진 날씨를 피부가 감당하지 못해서 인지 얼굴 곳곳이 텼다. 거울을 볼 때마다 신경 쓰이는 잡티와 여드름 그리고 이젠 차가운 바람에 튼 딱지들까지 하나같이 마음에 안드는 것 투성이다.
매번 술 마시고 씻지도 못하고 뻗어버리거나 불규칙한 수면과 편향된 식사가 다 겹치다 보니 내 피부가 이 모양 이 꼴이라 해도 할 말은 없다. 그저 게으르고 나태하고 놀기좋아하는 내가 한심하게 보일 뿐이다.
목표로 정해 놓은 분량은 매일 같이 밀리고, 쌓인 일거리의 분량에 그저 안절부절하며 주저하고 있다. 내 주위 친구들은 하나둘씩 앞으로 나아가려 준비하고 노력하는게 보이는데 나만 제자리걸음. 정말 싫다. 난 언제까지 이럴까.
12월 연말에 가족끼리 일본으로 여행을 가자고 형에게서 연락이 왔다. 전혀 생각지도 못한 일이라 기분이 좋지도 나쁘지도 귀찮지도 아무 감정도 느끼지 못했다. 그저 가족끼리 다 함께 여행을 간 지 오래되었기 때문에 무의식적으로 참석해야겠다고 생각한 것뿐이다.
일단 형에게 알겠다고 대답하고 인터넷으로 제일 먼저 여권 발급에 대해 검색해 보았다. 해외여행이라고 하면 환전과 여권을 생각하는 건 제일 기본적이니까.
중학생 때 발급받았던 여권은 당연히 기한만료로 소멸하였고, 그동안 해외를 간 적이 없었으니 여권을 발급받아야 한다. 그런데 무슨 비용이 그렇게 비싼지 집 앞 사진관에서 여권용 사진을 발급 받는 데에만 무려 2만 원이 들었고, 또 도청에서 여권을 발급 받는 수수료로 5만 원을 썼다. 일반 성인 기준으로 10년 24면을 신청했는데 과연 내가 얼마나 외국으로 나가게 될지는 미지수다.
사실 중학교 친구들과 술자리에서 2월에 대만으로 여행가자고 말하기는 했는데, 돈이 무슨 하늘에서 거저 생기는 줄 아는가. 기본적으로 100만원은 준비해야 할 터인데 눈 앞이 깜깜하다.
그런데 여권을 발급하려고 하면서 참 우울한 것은 이런 자질한 것도 준비할 돈이 없어서 형에게 돈을 받았다. 아르바이트를 하고는 있지만, 월세나 식비를 감당하는 것도 벅차다. 이런 나에게 해외여행은 사치가 아닌가 생각이 들 정도이다. 나도 한 사람으로써의 비용을 담당할 수 있을 만큼의 능력이 없다는 것이 서글퍼진다. 안 그래도 날씨가 추운데 가스비 걱정에 보일러도 맘 놓고 떼지 못하는 처지가 더욱 나를 비참하게 만든다.
여권을 발급을 마치고 자취방에 돌아와서 생각에 잠긴다. 굳이 이렇게 나와 살면서 돈을 버릴 필요가 있나. 그냥 뜻을 조금 굽히고 집에 들어가서 빚진 돈을 갚고 돈을 저축해야 하지 않을까. 정말 내가 성공할 수 있을까.
이 추운 겨울이 언제쯤 지나갈까. 오늘까지 해서 7일이나 미뤄둔 빨래를 세탁기에 돌리며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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