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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인간

경수필 - 철없던 시절, 학사경고 (4)

by blank_in2 2017. 12. 14.

  갑작스러운 방문이지만 반갑게 맞아주는 친구에게 한마디 건넨다.


잘 지냈냐.”

 

뭔데 어쩐 일인데 학교는?”

 

묻지마. 근데 저기 올려놓은 거, 발렌타인 17년산 아냐?”

 

“xx 새끼 안 된다 저거는

 

마 오데! 친구 좋다는 게 뭐냐.”

 

 재밌었다. 학교별 식당 밥을 먹어보는 재미도 있었고, 그 지역 사람이 아니면 모른다는 명소를 보는 것도 좋았다. 물론 맛집을 돌아다니는 것도 빼먹지 않았다. 혼자 밥을 먹는 게 처음에는 부끄럽거나 창피하다고 생각했는데 익숙해지니 혼술은 아니더라도 혼밥까지는 문제없다.

 

 앞서 말했지만, 잠자리가 마땅찮을 때면 모텔이나 게스트하우스, 호텔에서 자기도 했는데 나름 색다름을 느낄 수 있다. 그렇지만 찜질방만은 무서워서 잔적이 없다.

 

너 어디 어디 갈지 계획은 세워봤냐?”

 

 그런 게 있을 리가. 갈 곳 이외의 계획은 전혀 무

 

그냥 여기저기?”

 

 엄격히 지켜야 할 계획도 없고, 잃어버릴 길도 없다. 그냥 발길이 향하는 곳으로 갔다가 그곳에서 밥을 먹고, 사진도 찍고 이어폰을 끼고 노래를 들으면서 주변의 풍경을 눈으로 담았다.


 그리고 정말 뜬금없지만 그사이에 필리핀도 다녀왔다. 자세한 이야기는 필리핀 여행기를 따로 적었으니 간략하게 넘어가겠다.

 

와 장난 아이네

 

 비행기에서 내려 처음 필리핀공항에 발을 디딜 때의 설렘이란 말로 표현할 수 없다. 무더운 날씨와 낯선 환경의 두려움조차 향기롭게 느껴지고. 의사소통에 대한 공포의 엄습도 장난스럽게 느껴졌다필리핀 공항 앞에 펼쳐진 수많은 인파와 자동차 보고 있자니 나란 존재가 까마득히 작은 먼지로 생각될 정도였다.

 

한번 놀아보자! 이래서 사람들이 큰물에서 한번 놀아봐야 위대한 사람이 된다고 하는 거네"


 평소 많이 날뛰거나 말이 많은 편이 아닌데 저절로 감탄사가 흘러나온다.

 

조져보자

 

 힘껏 화이팅이 들어가 있다. 그것도 그럴 것이 전혀 생각지도 못한 채 어쩌다 보니 오게 된 여행이었다해외여행을 해봐야겠다고 결심했고, 넓은 세상을 보고자 했다. 그런 내 마음을 알아챘는지 필리핀의 바람은 내가 왜 이곳에 왔는지 다시금 확인시켜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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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홧김에 결심한 것은 맞지만 혼자서 온 배낭여행은 아니다. 학과에서 단체로 팀을 이루어서 오게 되었다. 먼저 보호자 겸 지도자로 학과장이신 전공 교수님 한 분과 뜻이 잘 맞은 학우들로 팀을 이루었다.

 

자 꾸물거리지 말고 일단 숙소로 먼저 이동합시다.”

 

 제각기 여행에서 이루고자 하는 목표는 다르겠지만 이곳에서의 경험을 바탕이 원하는 바의 멋진 거름이 되리라. 필리핀에서 보낼 짧지 않은 기간 동안 최대한 많은 것을 보고, 느끼고, 또 배우고 돌아가리라

 

훗날에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을 남겼다.”고 당당히 말할 수 있게 한편의 멋진 기행문을 남겨 보겠다고 의지를 불태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