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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인간

2017. 12. 09 극도로 치솟은 예민함

by blank_in2 2017. 12. 15.

 어젯밤 민동이랑 술을 마시는 게 아니었다. 새벽 12시 30분에 메가박스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바로 집으로 갔으면 좋았을 텐데, 그러지 않고 술집에 들린 게 화근이다. 물론 일 끝나고 마시는 맥주의 맛은 환상적이지만 내일 아침 일찍 메가박스 교육에 참석해야 한다는 불행은 아주 크다.


 사실 그렇게 술을 마실 생각까지는 없었는데, 금요일에 회식하기로 했다가 무산되는 바람에 술 생각이 간절해서 아침 6시에 일어나야 함에도 술잔을 기울였다. 많이 마시진 않았지만, 새벽 2시까지 마시다 보니 천천히 올라오는 취기와 일에 지친 피곤함은 더욱 강해졌다.


 아침 6시 알람을 듣고 눈을 떴는데, 정말이지 교육에 참석하고 싶지가 않더라. 당장이라도 더 자지 않으면 미칠것만 같은 몸을 이성적으로 달래느라 힘들었다. 본능적으로 더 자야한다고 하지만 초대권이나 각종 크루 혜택을 누리기 위해서는 교육에 반드시 참석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어떤 불이익을 받더라도 할 말이 없기 때문이다.


 그렇게 정말이지 피곤한 몸을 이끌고 일어나 겨우 정신을 차리고 샤워를 했다. 그리고 옷을 주섬주섬 챙겨입으니 6시 40분이더라. 부리나케 민동이를 만나 택시를 타고 메가박스로 향했다. 매번 마감조 크루와 교대하는 준마, 미들 조 크루님들을 제외하고는 오픈 조 크루들을 본 적이 없어 같은 곳에서 일하는 친구들이라지만 어색하긴 어색하다.


 서로 가볍게 인사를 나누고 교육관으로 이동해서 교육을 받았다. 각종 위생교육부터 소방교육 등 형식적인 것을 다 배우고 나니 8시가 되더라. 메가박스에서 아침 식사로 제공하는 빵과 커피를 마시고 집으로 향했다. 집갈때도 택시를 타고 당장 가려고 했는데 운 좋게 우슬이의 차를 얻어 타고 갈 수 있었다.


 '괜히 커피를 마셨나...'


 집에 가자마자 잠을 자려고 했던 나는 커피를 마신 것을 후회했다. 어제 2시 조금 넘어서 잠들었으니까, 6시에 일어난 것을 생각하면 겨우 4시간 밖에 못 잤기 때문에 교육을 마치고 바로 자려고 했는데 이게 뭐람. 창문 너머로 비치는 화사한 햇살과 커피 때문인지 생생한 기운에 도저히 잠이 들지 않았다. 그런데 문제는 두 눈만은 피곤하다고 외치는 것이다.


 억지로 잠자리에 들어보려 했지만 실패했다. 젠장.


 오늘 저녁에는 메가박스에서 일하기 전 유가네 아르바이트생 동생들을 만나기로 한 날이다. 그래서 최상의 컨디션을 갖추고 만나고 싶었는데, 지금 12시가 다 되도록 잠자리에 들지는 못하고 또 눈은 피곤하고 정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몸 상태를 보이니 답답할 뿐이다. 아마 이때부터가 문제였다. 너무 예민해진 것이다.


 그리고 그 예민함이 화근이 되어 참 웃기는 일이 벌어졌다. 25살 먹은 내가 20살인 동생이랑 싸운 것이다. 재수가 없는 것인지 정말이지 오늘은 너무 부끄러운 날이다. 술 때문에 그런거라고 하고 싶지 않다. 그건 더 창피할 테니까. 그리고 술 때문에 그런것도 아니다. 그저 나인데, 그게 뭐라고 도저히 그러는지. 걔가 보이는 행동이나 말은 정말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걔가 왜 그러는지 도저히 알 수가 없다. 


 저번에 지혜랑 있었던 일도 그렇고, 이번에 동생과 말다툼을 한 일도 그렇고 하나 같이 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냥 괜히 이런 관계를 이어왔다고 생각할 뿐이다. 그래 현재형 말이 맞았다. 내가 왜 그들의 비위를 맞추고 어울려 지내야 한단 말인가.


 이제 그럴 나이도 아니고, 생계를 유지해 나가기도 힘들어 죽겠는데 남들 신경 쓰지 말고 내 자신이나 잘 챙기고 살아야겠다. 스트레스 받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