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
( 매주 토요일, 일요일 오후 9시, 16부작 )
( 순서대로 리정혁, 윤세리, 서단, 구승준, 조철강, 표치수, 김주먹, 도혜지 )
자신의 선택으로 이 자리까지 올라온 윤세리. 하지만 어처구니없는 사고를 당하고 만다. 북으로 가냐 남으로 가냐 생사가 갈린 두 갈래 길에서 이번에도 자신의 선택을 믿으며 달렸다. 그렇게 북한에 오게 됐다. 위험할 뻔한 상황에서 리종혁의 도움으로 발각되는 것은 간신히 면했다. 그래도 구면이라 다행이라고 안심하는 세리와 달리 리종혁의 마음은 일관적이다. 죽일까. 원칙대로라면 죽일까. 밥 좀 있냐는 세리의 물음에도 죽일까만 반복하는 리종혁이다.
잘못하면 큰일 날 지도 모르는 이 상황을 외면하는 것인지 아니면 너무나도 잘 알아서인지 말에 거침이 없다. "까딱하면 전쟁 난다니까 이 사람아. 내가 여기에 있는 게 알려지면 우리 정부와 군 당국, UN에서도 가만히 있지 않을 거라고." 과연 이게 먹힐까 했는데 리종혁도 만만한 사람이 아니다. 만약에 표치수가 중대장이었다면 윤세리의 말발에 넘어갔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원칙주의자 리종혁에겐 오히려 독이다. 그런데도 넉살이 얼마나 좋은지 무뚝뚝한 군인을 상대로 잠시도 말이 끊기질 않는다.
반갑지 않은 손님이 찾아왔다. 리정혁 부대 소속의 표치수가 기쁜 소식이라며 바로 뒤에 그렇게 찾던 애미나이가 있는 줄도 모르고 혼자서 계속 나불대는데 정말 입이 참 방정이다. 이 기회를 놓치지 않는 윤세리는 고대로 그들의 약점을 알아채 낸다. 물론 표치수의 실수도 있었지만, 이 상황을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바꿔버리는 세리의 지혜는 인정할 수밖에 없다. 옛말에 호랑이 굴에 들어가도 정신만 차리면 살 수 있다고 했다. "내가 여기에 있는 게 밖에 알려지면 나만 죽는 게 아닌 거 같은데"라 말하며 대화의 주도권을 잡는다. 은동이는 생활제대, 주먹이는 근무시간에 남한 드라마 시청, 중대장은 혁명화, 살쾡이 표치수는 술 꼼짝없이 약점이 잡히고 만 것이다.
윤세리, "이건 양초잖아요. 내가 말한 건 아로마 향초인데"
어찌어찌 중대장 동지의 집에 사건 당일 근무자 다섯이 모두 모였다. 일단은 윤세리를 남한으로 돌려보낼 작전 회의라 할 수 있겠다. 그런데 낯선 장소에서 낯선 말투와 낯선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있음에도 전혀 기죽지 않는 모습에 감탄이 절로 나온다. 필자라면 몰래 묻어버리자는 표치수의 말만 들어도 두려움에 할 말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더듬거릴지도 모른다. 물론 다른 이들의 약점을 쥐고 있다고는 하나 밤에 자는 동안 쥐도 새도 모르게 죽을지 어떻게 안단 말인가. 그런데도 그들의 비위를 맞추기는커녕 오히려 기세등등하게 주주총회에 가야 한다고 징징거리는 세리를 보면 애 같으면서도 당돌함에 놀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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