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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인간72

2017. 12. 09 극도로 치솟은 예민함 어젯밤 민동이랑 술을 마시는 게 아니었다. 새벽 12시 30분에 메가박스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바로 집으로 갔으면 좋았을 텐데, 그러지 않고 술집에 들린 게 화근이다. 물론 일 끝나고 마시는 맥주의 맛은 환상적이지만 내일 아침 일찍 메가박스 교육에 참석해야 한다는 불행은 아주 크다. 사실 그렇게 술을 마실 생각까지는 없었는데, 금요일에 회식하기로 했다가 무산되는 바람에 술 생각이 간절해서 아침 6시에 일어나야 함에도 술잔을 기울였다. 많이 마시진 않았지만, 새벽 2시까지 마시다 보니 천천히 올라오는 취기와 일에 지친 피곤함은 더욱 강해졌다. 아침 6시 알람을 듣고 눈을 떴는데, 정말이지 교육에 참석하고 싶지가 않더라. 당장이라도 더 자지 않으면 미칠것만 같은 몸을 이성적으로 달래느라 힘들었다. 본능적으로 .. 2017. 12. 15.
경수필 - 철없던 시절, 학사경고 (6) 完 필리핀의 모든 것을 눈에 담겠다는 건 욕심이었다. 우리는 매번 지역을 옮겨갈 때마다 새로운 풍경에 마음을 빼앗겼다. 물론 세련된 유럽의 거리와는 차이가 있다. 길거리에 있는 마트의 흔한 상품에서부터 “야 이 담배 봐봐 무시무시하지 않냐” “으.. 그거 샀어?” 친구는 게임에서 좋은 아이템이라도 얻은 것처럼, 득템 했다고 웃었다. “응 이거 12mg이야 장난 아니지” 필리핀의 모습은 한국의 모습과 닮은 듯 하면서도 달랐다. 그들은 항상 무더운 날씨 때문에 간편한 복장을 주로 입는데 보통 청바지와 셔츠를 자주 입는다. 또, 주거지역에서는 빈부의 격차가 큰 나라라는 것이 보였다. 몇 안 되는 거리를 두고 부유계층들의 고급주택지역과 나무로 지은 판자나 벽돌집이 대비를 이룬 모습이 경계를 두고 다른 나라로 갈라진.. 2017. 12. 14.
경수필 - 철없던 시절, 학사경고 (5)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이번 필리핀 여정은 학교 식당의 식단 검색이 발단되었다. 학교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오늘 식단은 어디가 맛있을까?” 하며 학교 내에 존재하는 식당 세 군데를 찾아보던 중 뜻밖의 게시물을 클릭하게 된다. '○○대학교 해외 전공연계 프로그램' 나는 평소에 해외여행에 관심이 많았다. “아~ 프랑스에 가보고 싶다.” “야, 야 독일에 가보고 싶지 않냐?” 하며 친구들에게 혼잣말하기도 했고, 밤에 잠을 잘 때면 타지의 낯선 환경 속의 생활을 꿈꾸기도 했다, 그 나라의 문화가, 건물이, 그 사람이 그냥 궁금했다. 길을 가다가 받은 전단지에 적힌 “나의 젊음을 팔아 그들의 웃음을 사고 싶다.“ “굿뉴스코 활동은 주러갔다가 오히려 마음에 더 많은 것을 얻는다!” 이런 홍보성 글귀를 읽었을 때조차 .. 2017. 12. 14.
경수필 - 철없던 시절, 학사경고 (4) 갑작스러운 방문이지만 반갑게 맞아주는 친구에게 한마디 건넨다. “잘 지냈냐.” “뭔데 어쩐 일인데 학교는?” “묻지마. 근데 저기 올려놓은 거, 발렌타인 17년산 아냐?” “xx 새끼 안 된다 저거는” “마 오데! 친구 좋다는 게 뭐냐.” 재밌었다. 학교별 식당 밥을 먹어보는 재미도 있었고, 그 지역 사람이 아니면 모른다는 명소를 보는 것도 좋았다. 물론 맛집을 돌아다니는 것도 빼먹지 않았다. 혼자 밥을 먹는 게 처음에는 부끄럽거나 창피하다고 생각했는데 익숙해지니 혼술은 아니더라도 혼밥까지는 문제없다. 앞서 말했지만, 잠자리가 마땅찮을 때면 모텔이나 게스트하우스, 호텔에서 자기도 했는데 나름 색다름을 느낄 수 있다. 그렇지만 찜질방만은 무서워서 잔적이 없다. “너 어디 어디 갈지 계획은 세워봤냐?” 그런.. 2017. 12. 14.
2017. 12. 08 회식은 물 건너 가버리고... 시원한 맥주가 생각나는 밤이다. 좁은 통로에 마감조 크루들이 옹기종기 모여서 하나둘씩 마감을 하고 있다. 팝콘을 만드는 팝퍼기 앞에서 후와산을 뿌려대며 수세미로 광택을 만들고, 키친타월을 가지고 매대나 각종 기기의 먼지와 얼룩을 제거하기 위해 분주하다. 나 또한 그 무리에 끼여서 낑낑거리고 있다. 하지만 평소라면 힘들었을 일들이 오늘만큼은 그렇게 힘들지 않다. 사실 오늘은 마감조 크루들 끼리 회식을 하려고 했었다. 11월에 퇴사한 크루 한 명도 오기로 했었고, 평일에 아르바이트를 두 탕이나 뛰는 하송님을 배려해서도 금요일에 회식하는 게 옳았다. 그리고 가장 큰 이유는 오늘이 월급날이기 때문이다. 한 달을 살면서 가장 가난할 때가 바로 월급날 전이다. 그 전날까지를 억지로 꾸역꾸역 버티다 보면 월급날이 찾.. 2017. 12. 13.
2017. 12. 07 또 다시 반복 3월 화사하게 피었던 벚꽃들이 지금에서 돌아보니 눈의 꽃이 핀 것만 같구나. 지금 전국에 윗지방에서는 날씨가 추워 눈이 내리고 있다고 한다. 살랑거리면서 내리는 눈이 바닥에 소복소복 쌓여 우리의 마음을 정화시켜준다. 하지만 눈이 마냥 아름답지만은 않으리. 12월, 메가박스는 성수기를 맞이하고 있다. 평상시라면 별로 없었을 고객님들이 늦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많이 보이는 것을 보니 점점 성수기가 찾아오고 있음을 느낀다. 아마 여행지의 숙박시설도 변화를 보일 것이다. 비성수기보다 성수기에는 찾아오는 손님도 많을 것이고, 예약 전화도 많아지고 또한 가격 또한 올릴 테니 말이다. 하지만 영화관은 성수기라고 해서 달라질 것은 없다. 그저 기존에 근무하던 크루들이 더욱 힘내야 할 뿐이다. 밤 11시가 되도록 팝퍼기.. 2017. 12.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