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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수필 - 철없던 시절, 학사경고 (4) 갑작스러운 방문이지만 반갑게 맞아주는 친구에게 한마디 건넨다. “잘 지냈냐.” “뭔데 어쩐 일인데 학교는?” “묻지마. 근데 저기 올려놓은 거, 발렌타인 17년산 아냐?” “xx 새끼 안 된다 저거는” “마 오데! 친구 좋다는 게 뭐냐.” 재밌었다. 학교별 식당 밥을 먹어보는 재미도 있었고, 그 지역 사람이 아니면 모른다는 명소를 보는 것도 좋았다. 물론 맛집을 돌아다니는 것도 빼먹지 않았다. 혼자 밥을 먹는 게 처음에는 부끄럽거나 창피하다고 생각했는데 익숙해지니 혼술은 아니더라도 혼밥까지는 문제없다. 앞서 말했지만, 잠자리가 마땅찮을 때면 모텔이나 게스트하우스, 호텔에서 자기도 했는데 나름 색다름을 느낄 수 있다. 그렇지만 찜질방만은 무서워서 잔적이 없다. “너 어디 어디 갈지 계획은 세워봤냐?” 그런.. 2017. 12. 14.
2017. 12. 08 회식은 물 건너 가버리고... 시원한 맥주가 생각나는 밤이다. 좁은 통로에 마감조 크루들이 옹기종기 모여서 하나둘씩 마감을 하고 있다. 팝콘을 만드는 팝퍼기 앞에서 후와산을 뿌려대며 수세미로 광택을 만들고, 키친타월을 가지고 매대나 각종 기기의 먼지와 얼룩을 제거하기 위해 분주하다. 나 또한 그 무리에 끼여서 낑낑거리고 있다. 하지만 평소라면 힘들었을 일들이 오늘만큼은 그렇게 힘들지 않다. 사실 오늘은 마감조 크루들 끼리 회식을 하려고 했었다. 11월에 퇴사한 크루 한 명도 오기로 했었고, 평일에 아르바이트를 두 탕이나 뛰는 하송님을 배려해서도 금요일에 회식하는 게 옳았다. 그리고 가장 큰 이유는 오늘이 월급날이기 때문이다. 한 달을 살면서 가장 가난할 때가 바로 월급날 전이다. 그 전날까지를 억지로 꾸역꾸역 버티다 보면 월급날이 찾.. 2017. 12. 13.
2017. 12. 07 또 다시 반복 3월 화사하게 피었던 벚꽃들이 지금에서 돌아보니 눈의 꽃이 핀 것만 같구나. 지금 전국에 윗지방에서는 날씨가 추워 눈이 내리고 있다고 한다. 살랑거리면서 내리는 눈이 바닥에 소복소복 쌓여 우리의 마음을 정화시켜준다. 하지만 눈이 마냥 아름답지만은 않으리. 12월, 메가박스는 성수기를 맞이하고 있다. 평상시라면 별로 없었을 고객님들이 늦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많이 보이는 것을 보니 점점 성수기가 찾아오고 있음을 느낀다. 아마 여행지의 숙박시설도 변화를 보일 것이다. 비성수기보다 성수기에는 찾아오는 손님도 많을 것이고, 예약 전화도 많아지고 또한 가격 또한 올릴 테니 말이다. 하지만 영화관은 성수기라고 해서 달라질 것은 없다. 그저 기존에 근무하던 크루들이 더욱 힘내야 할 뿐이다. 밤 11시가 되도록 팝퍼기.. 2017. 12. 13.
2017. 12. 06 여권 발급 얼굴 피부가 트기 시작했다. 샤워하고서 스킨과 로션을 꼼꼼히 챙겨 바르고 있지만 추워진 날씨를 피부가 감당하지 못해서 인지 얼굴 곳곳이 텼다. 거울을 볼 때마다 신경 쓰이는 잡티와 여드름 그리고 이젠 차가운 바람에 튼 딱지들까지 하나같이 마음에 안드는 것 투성이다. 매번 술 마시고 씻지도 못하고 뻗어버리거나 불규칙한 수면과 편향된 식사가 다 겹치다 보니 내 피부가 이 모양 이 꼴이라 해도 할 말은 없다. 그저 게으르고 나태하고 놀기좋아하는 내가 한심하게 보일 뿐이다. 목표로 정해 놓은 분량은 매일 같이 밀리고, 쌓인 일거리의 분량에 그저 안절부절하며 주저하고 있다. 내 주위 친구들은 하나둘씩 앞으로 나아가려 준비하고 노력하는게 보이는데 나만 제자리걸음. 정말 싫다. 난 언제까지 이럴까. 12월 연말에 가.. 2017. 12. 12.
경수필 - 철없던 시절, 학사경고 (3) 핸드폰이 시끄럽게 울린다.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카카오톡 등 각종 sns로 핸드폰이 조용할 날이 없다. 누가 '좋아요'를 눌렀니, 사진을 게시했니 떠들어 대는 알림에 노이로제가 걸릴 것만 같다. 그래서 계정이란 계정은 다 비활성으로 바꾸고, 알람이 울리는 어플은 다 삭제했는데, 카카오톡만은 삭제하지 못했다. 그것마저 지워버리면 친구들과 연락하기가 너무 불편하니까. “뭐야... 연락 올 때도 없는데” 귀찮으리만큼 울리는 핸드폰에는 친구로부터 카톡 메시지가 왔다. 핸드폰 잠금화면을 풀고 메시지를 확인해 보니, 최근 페이스북을 지운 나를 위해 친절하게도 페이스북 화면을 캡쳐해서 사진으로 보내준 것이다. “뭐지?” 사진을 클릭해 확대해서 확인해 봤다. 자세히 보니 친구가 내 계정 페이스북 담벼락에 메시지를 남.. 2017. 12. 7.
경수필 - 철없던 시절, 학사경고 (2) 20xx년 5월 xx일 오전 10시 반 늦은 아침, 사실 아침이라고 말하기엔 애매하고, 그렇다고 점심이라고 하기엔 이른 시간 나는 눈을 떴다. '끄응...' 똑바로 눈을 뜨기가 힘들다. 꽤 오랜 시간을 잔 것 같은데, 머리속은 아직까지 어지럽고 속은 울렁거린다. 지금 이 기분을 그대로 표현하라면 마치 바닷속에 서 있는 것만 같다. 이리저리 파도에 휩쓸려 중심을 잡기가 어렵다. 그뿐만이 아니라 코끼리 코를 몇 바퀴 돈 것마냥 주변이 빙빙 돌아간다. 분명히 난 침대에 가만히 앉아있는데 말이다. 누구나 한번은 겪어보는 숙취, 어저께 술을 너무 많이 마셨다. 취해서 기억도 끊기고, 처음으로 토도 하고, 자려고 침대에 누우면 너무 어지러워서 잠조차 잘 수가 없다. 정말로 몸에 힘이 안 들어가고 머리가 아파서 죽을.. 2017. 12.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