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174 자작시 - 서핑 서 핑 코끝을 자극하는 바다 내음, 바위와 부딪치는 파도 소리 그리고 입안에 남은 묘한 쓴맛에 여기가 고향임을 자각했다. 이맘때쯤이면 몸과 마음이 지칠 때로 지쳐 휴식이 필요하다. 울퉁불퉁한 비포장지대를 건너 바다를 안고 몇 시간을 달리다 보면, 사람의 흔적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의 적막한 곳에 내 집이 있다. 반겨주는 이는 따로 없다. 어쩌다 마주치는 마을 이장님을 제외하고는 가게 아주머니 정도가 전부다. 그럼에도 한 번씩 고향을 찾는데 그 이유는 바로 파도 때문이다. 부드러운 모래밭을 지나 보드를 타고 앞으로 나아가면 온 우주가 나를 위로해 주기 위해서 움직이고 있음을 느낀다. 조금 거창한가 싶은데 허벅지 위로 찰랑거리는 물결은 어느새 나와 하나가 되어 일몰의 광경에 녹아든다. 그대로 뒤로 누워 몸을 .. 2019. 6. 6. 자작시 - 이별 이 별 오래된 손목시계에는 수많은 흠이 나 있다. 이지러지거나 매어진 틈새로 그간의 세월을 느낀다. 회전하는 침과 톱니바퀴는 오랫동안 멈추지 않았고 계속해서 시간을 흘려보낼 뿐이다. 그저 정적 속에서 고요하게. 매번 시간 약속을 어겼던 나에게 네가 처음으로 준 선물이다. 참 오랜 시간 동안 내 손목에 둘려졌었다. 그저 마지못해 차고 있었다고 부정하겠다. 시계는 마치 수갑처럼 내 삶을 부여잡고 있었다. 이제 수갑을 끄르다. 오랫동안 갇혀있던 손목은 빛을 받지 못해서 아주 뽀얗다. 너와의 시간은 전부 다 이 시계에 담은 채 버리겠다. 하지만 손목 흔적이 말끔히 지워지지 않아 짜증이다. 끝까지 간직하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했다. 아니, 미련을 버리기로 했다. 너와 나의 마음이 같아지지 않을까 하는 희망 고문에 .. 2019. 6. 3. 자작시 - 휴학 휴 학 길가에 널브러진 돌멩이를 부러워하게 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는 대신에 상처받을 일도 없을 테니 말이다. 감정이란 게 참으로 변덕이 심하고, 또 어찌나 얄궂은지 모른다. 아주 사소한 일에 극한으로 달아올라 예민하게 반응한 적도 있고, 총알처럼 날카롭게 파고드는 아픔에 무덤덤하게 행동하기도 했다. 나를 둘러싼 여러 환경에 내 감정은 시시각각 변화한다. 정말이지 매우 피곤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나조차 인지하지 못했던 내 감정 때문에 나를 이해하려 애썼으며 세상을 탓했다. 그 과정에서 때론 내 감정을 주체하지 못해 힘든 적도 있었고, 불쑥 튀어나오는 감정에 내가 이런 사람이었나 성찰이 필요했다. 그래서 시간이 지난 지금도 완벽하게 나를 이해했다고 생각지 않는다. 그 이유는 언제 .. 2019. 5. 31. 자작시 - 감사 감 사 그녀에게 감사한다. 이다지도 못난 나를 사랑해 주었기 때문이다. 무슨 말부터 꺼내야 할지 모르겠다. 일단 그녀의 얼굴을 보고 꽃을 건네줄 것이다. “선물이야.” 하지만 그녀가 이 꽃을 받아줄지는 모르겠다. 그저 전에 준 꽃이 다 시들었길래. 그녀의 집 앞에 도착했다. 무슨 말부터 건네야 할지는 아직 떠오르지 않았다. 먼저 그녀를 데리고 병원에 갈 것이고 다음에는 배가 고프다 하면 밥을, 괜찮다고 하면 카페에 앉아 얘기를 나눌 것이다. 어떻게 하면 되돌릴 수 있을까. 내게 주어진 시간은 얼마 없다. 저녁 8시 친구의 파티로 떠나갈 그녀를 잡을 수 있는 말은 없을까 고민하고 또 고민한다. 그 파티에는 정말로 싫은 남자가 있다. 그녀에게 고백한 그 남자가 너무도 싫어서 그녀를 보내고 싶지 않다. 과거의.. 2019. 5. 24. 커피 - 커피란 무엇인가, 발견·전설·기록·어원 우리는 일상에서 쉽사리 커피를 접할 수 있다. 가장 대중적인 아메리카노부터 그 맛을 상상하기 힘든 스타벅스 – 이천햅쌀 커피 프라푸치노, 공차 - 하우스 스페셜 얼그레이티, 파스쿠찌 - 모카 콘파나 그라니따 등 어느새 주류로 자리 잡은 커피가 없는 삶은 상상이 가지 않는다. 이런 커피는 어디서, 어떻게 탄생하게 됐을까. P.S) 한국에 있는 커피 체인점을 보면 스타벅스, 엔제리너스, 이디야, 카페베네, 탐앤탐스, 할리스커피 등 수십 가지가 넘는다. 1) 커피의 유래(발견) 커피는 에티오피아에서 가장 먼저 발견되었다. (에티오피아는 아프리카에 동쪽에 위치한 국가로 1931년 이전에는 아비시니아로 불렀다) 실제로 초창기 커피는 우리가 생각하는 바와 달리 커피 열매(커피체리)의 씨앗인 콩(원두)을 볶고 간 다.. 2019. 5. 21. 단편 소설 - 담배향 태워본 적 없는 담배, 집에서 돌아와 옷을 벗는데 유독 내가 싫어하는 담배 냄새가 나의 옷에서 나왔다. 그때 알았다. 내가 너의 곁을 얼마나 좋아했는지 말이다. 그 시절을 떠올리니 문득 억울해지는 하루다. 20살이라지만 아직 앳된 얼굴을 감추지 못하는 3월, 신입생인 나는 같은 신입생이지만 듬직해 보이는 네가 눈에 띄더라. 우리보다 한 살 많다는 이유로 1학년 과대를 맡았고, 그래서인지 너의 주변에는 항상 사람들이 많았다. 그땐 그게 뭐가 그렇게 멋있어 보이던지, 그저 선배들 뒤치다꺼리하는 게 뻔한데 말이다. 내가 콩깍지가 아주 제대로 씌웠나 보다. 어휴. 너를 생각하는 내 마음이 하나둘 정리가 되고, 너에 대한 콩깍지가 서서히 벗겨진 지금에는 하나같이 다 거슬리기만 한데 말이다. 누구랑 있든 간에, 어.. 2018. 8. 22. 이전 1 ··· 11 12 13 14 15 16 17 ··· 29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