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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소설 - 고백(5) 完 중간고사가 끝나고 연우에게 고백하기로 결심한 날, 수진이에게 연락이 왔다. “XX야 뭐해?” 학교 앞 카페에서 잠깐 만나기로 약속하고, 별 의미 없이 카페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잠시 후 수진이가 도착했고, 나는 어차피 연우에게 고백할 거 단짝 친구인 수진이에게도 미리 말하려 했다. 하지만 그 말을 하기도 전에 뜻밖의 말을 들었다. “XX야 나 너 좋아해.” 물론 카페에서 아무런 맥락도 없이 저렇게 말한 것은 아니다. 수진이의 프라이버시가 있으니 다른 건 다 정리하고 주제만 얘기하면 저렇다는 것이다. 수진이는 내가 중간고사 시험 기간에 마음이 흐트러질까 봐, 오늘 내가 시험이 끝난다는 걸 알고 연락했다고 한다. “...” 긴 침묵이 흘렀고, 내 표정에서 수진이는 아마 대답을 예상했으리라. 나는 미안하다말하.. 2017. 12. 19.
단편 소설 - 고백 (4) 맨 처음 연우를 만났을 때를 기억한다. 다른 여자애들답지 않게 털털하고 웃음이 아주 예뻤다. 계속해서 바라보고 있자니, 얼굴이 붉어지고 가슴이 뛰었다. 그렇다. 나는 연우를 보고 첫눈에 반했다. 입학하고 나서 날마다 동기 친구들과 선배들을 만나느라 정신없이 시간을 보냈다. 그런데도 연우 생각이 쉽사리 사라지지 않았다. 얼마 되지 않아서 술자리에서 연우를 다시 만날 수 있었는데 그 아이에 대한 내 감정이 전혀 변하지 않았다는 걸 알았다. 나는 연우를 좋아한다는 걸 확신할 수 있었다. 그 이후로 연우에게 접근하기 위해 온갖 일을 하면서 천천히 다가갔다. 걔를 향한 마음은 점점 더 커져만 갔다. 그리고 내게 콩깍지가 씌였을지 모르겠으나 연우는 다른 동기 여자애들 사이에서도 빛이 났다. 단체 술자리에는 학과 사.. 2017. 12. 19.
단편 소설 - 고백 (3) “XX야 나 너 좋아해...” 수진이가 나에게 고백을 했다. 수진이는 연우의 단짝 친구다. 그 둘은 전공수업이든 교양수업이든 아니면 화장실을 갈 때도 항상 붙어 다녔고 밥을 먹을 때에도 술을 마실 때도 함께 있었다. 그러다 보니 연우랑 만날 때는 수진이도 같이 만나는 경우가 많았고, 시험공부를 하거나 과제를 같이 할 때도 자연스레 수진이가 옆에 있었다. 목적은 연우랑 친해지는 것이었으나, 그 과정에서 수진이와도 친해졌다. 그런데 수진이가 나에게 고백을 할 줄은 생각도 못 했다. 그것도 연우에게 고백하고 차인 그날에 말이다. 수진이 얘기는 조금있다가 마저하겠다. 연우에게 차인 이후로 연우만 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하고, 시간이 많이 흘렀음에도 걔 생각이 내 머리속을 헤집고 다닌다. 술을 마시는 지금 이 순간조.. 2017. 12. 19.
단편 소설 - 고백 (2) 연우 이야기를 시작하면 끝이 없다. 연우를 만난 날부터 시작해서 처음 말을 건넸던 날, 같이 영화를 보러 갔던 날, 같이 술을 마셨던 날. 행복했던 날. 하나하나 일일이 글로 옮기려 하면 도저히 엄두가 나지 않으니 가볍게 서두를 시작할까 한다. 20xx년 3월 xx일 입학식. 사실 입학식 날은 잘 기억나지 않는다. 추가합격으로 학과에 들어가게 돼서 2월 사전 엠티도 가지 못했기 때문에 친한 동기 한 명도 없다. 그래서 그날은 대학 동기 친구들과 선배들의 이름과 얼굴을 외우는데 바빴다. 그리고 간단한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을 받고 오후 5시부터 뒤풀이를 가졌다. 사람이 대낮부터 술을 마실 수 있다는 건 그때 알았다. 3월 말이 돼서야 대학 생활에 적응했고, 중간고사가 닥치기 전에 동기들끼리 모임을 하기로 했다.. 2017. 12. 18.
단편 소설 - 고백 (1) 20xx년 4월 xx일 금요일 중간고사가 끝났다. 대학교 들어와서 처음 보는 시험에 살짝 걱정되기도 했지만 크게 못 친 것 않은 것 같다. “야 너 많이 적었냐?” 어젯밤 마지막 시험 한 개를 남겨두고 밤새 같이 술을 마신 동기에게 물어보았다. “뭐, 대충 소설 한 편 멋지게 썼지” 객관식이 주를 이루던 고등학교 때의 시험과 달리 대학교 시험의 대부분, 아니 모든 시험이 서술형으로 이루어졌다. 교양이나 전공 구분할 것 없이 말이다. 몇 개의 단답형 문제도 있었지만, 객관식은 하나도 없었다. 서술형 문제를 만만하게 보진 마라. 대학 논술을 준비했다면 모를까. B4사이즈의 답안지를 양면으로 빽빽하게 쓰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누군가 서술형 시험은 그냥 되는대로 아는 걸 전부 쓰면 된다지만 그것도 어느 .. 2017. 12. 18.
단편 소설 - 아르바이트 (4) 完 항상 10분 정도 일찍 출근하고서 주방 앞치마를 두르고 있으면 흰 후드티에 청바지를 입고, 캔버스 운동화를 신고 뛰어오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일찍 일찍 좀 다녀” 하며 사장님도 아닌 내가 괜히 잔소리한다. 160cm 정도의 자그마한 키에 술이나 담배는 입에도 대지 않을 것만 같은 귀여운 친구다. 걔를 보고 있자면 괜히 말 한마디 더 걸어보고 싶고, 장난도 치고 싶었다. 그러다 지각을 하지 않으려고 뛰어오는 모습이나 가끔 홀에서 실수하고 안절부절못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너무 귀여울 정도였다. 밤 9시, 오늘 하루 치의 근무가 끝나가면 사장님과 사모님 그리고 아르바이트생 이렇게 저녁을 같이 먹었다. 내가 힘든 주방일을 참으면서 계속 아르바이트를 했었던 것은 아마 일 마치고 먹는 저녁이 너무 맛있.. 2017. 12.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