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이야기42 자작시 - 휴학 휴 학 길가에 널브러진 돌멩이를 부러워하게 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는 대신에 상처받을 일도 없을 테니 말이다. 감정이란 게 참으로 변덕이 심하고, 또 어찌나 얄궂은지 모른다. 아주 사소한 일에 극한으로 달아올라 예민하게 반응한 적도 있고, 총알처럼 날카롭게 파고드는 아픔에 무덤덤하게 행동하기도 했다. 나를 둘러싼 여러 환경에 내 감정은 시시각각 변화한다. 정말이지 매우 피곤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나조차 인지하지 못했던 내 감정 때문에 나를 이해하려 애썼으며 세상을 탓했다. 그 과정에서 때론 내 감정을 주체하지 못해 힘든 적도 있었고, 불쑥 튀어나오는 감정에 내가 이런 사람이었나 성찰이 필요했다. 그래서 시간이 지난 지금도 완벽하게 나를 이해했다고 생각지 않는다. 그 이유는 언제 .. 2019. 5. 31. 자작시 - 감사 감 사 그녀에게 감사한다. 이다지도 못난 나를 사랑해 주었기 때문이다. 무슨 말부터 꺼내야 할지 모르겠다. 일단 그녀의 얼굴을 보고 꽃을 건네줄 것이다. “선물이야.” 하지만 그녀가 이 꽃을 받아줄지는 모르겠다. 그저 전에 준 꽃이 다 시들었길래. 그녀의 집 앞에 도착했다. 무슨 말부터 건네야 할지는 아직 떠오르지 않았다. 먼저 그녀를 데리고 병원에 갈 것이고 다음에는 배가 고프다 하면 밥을, 괜찮다고 하면 카페에 앉아 얘기를 나눌 것이다. 어떻게 하면 되돌릴 수 있을까. 내게 주어진 시간은 얼마 없다. 저녁 8시 친구의 파티로 떠나갈 그녀를 잡을 수 있는 말은 없을까 고민하고 또 고민한다. 그 파티에는 정말로 싫은 남자가 있다. 그녀에게 고백한 그 남자가 너무도 싫어서 그녀를 보내고 싶지 않다. 과거의.. 2019. 5. 24. 단편 소설 - 담배향 태워본 적 없는 담배, 집에서 돌아와 옷을 벗는데 유독 내가 싫어하는 담배 냄새가 나의 옷에서 나왔다. 그때 알았다. 내가 너의 곁을 얼마나 좋아했는지 말이다. 그 시절을 떠올리니 문득 억울해지는 하루다. 20살이라지만 아직 앳된 얼굴을 감추지 못하는 3월, 신입생인 나는 같은 신입생이지만 듬직해 보이는 네가 눈에 띄더라. 우리보다 한 살 많다는 이유로 1학년 과대를 맡았고, 그래서인지 너의 주변에는 항상 사람들이 많았다. 그땐 그게 뭐가 그렇게 멋있어 보이던지, 그저 선배들 뒤치다꺼리하는 게 뻔한데 말이다. 내가 콩깍지가 아주 제대로 씌웠나 보다. 어휴. 너를 생각하는 내 마음이 하나둘 정리가 되고, 너에 대한 콩깍지가 서서히 벗겨진 지금에는 하나같이 다 거슬리기만 한데 말이다. 누구랑 있든 간에, 어.. 2018. 8. 22. 단편 소설 - 고백(5) 完 중간고사가 끝나고 연우에게 고백하기로 결심한 날, 수진이에게 연락이 왔다. “XX야 뭐해?” 학교 앞 카페에서 잠깐 만나기로 약속하고, 별 의미 없이 카페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잠시 후 수진이가 도착했고, 나는 어차피 연우에게 고백할 거 단짝 친구인 수진이에게도 미리 말하려 했다. 하지만 그 말을 하기도 전에 뜻밖의 말을 들었다. “XX야 나 너 좋아해.” 물론 카페에서 아무런 맥락도 없이 저렇게 말한 것은 아니다. 수진이의 프라이버시가 있으니 다른 건 다 정리하고 주제만 얘기하면 저렇다는 것이다. 수진이는 내가 중간고사 시험 기간에 마음이 흐트러질까 봐, 오늘 내가 시험이 끝난다는 걸 알고 연락했다고 한다. “...” 긴 침묵이 흘렀고, 내 표정에서 수진이는 아마 대답을 예상했으리라. 나는 미안하다말하.. 2017. 12. 19. 단편 소설 - 고백 (4) 맨 처음 연우를 만났을 때를 기억한다. 다른 여자애들답지 않게 털털하고 웃음이 아주 예뻤다. 계속해서 바라보고 있자니, 얼굴이 붉어지고 가슴이 뛰었다. 그렇다. 나는 연우를 보고 첫눈에 반했다. 입학하고 나서 날마다 동기 친구들과 선배들을 만나느라 정신없이 시간을 보냈다. 그런데도 연우 생각이 쉽사리 사라지지 않았다. 얼마 되지 않아서 술자리에서 연우를 다시 만날 수 있었는데 그 아이에 대한 내 감정이 전혀 변하지 않았다는 걸 알았다. 나는 연우를 좋아한다는 걸 확신할 수 있었다. 그 이후로 연우에게 접근하기 위해 온갖 일을 하면서 천천히 다가갔다. 걔를 향한 마음은 점점 더 커져만 갔다. 그리고 내게 콩깍지가 씌였을지 모르겠으나 연우는 다른 동기 여자애들 사이에서도 빛이 났다. 단체 술자리에는 학과 사.. 2017. 12. 19. 단편 소설 - 고백 (3) “XX야 나 너 좋아해...” 수진이가 나에게 고백을 했다. 수진이는 연우의 단짝 친구다. 그 둘은 전공수업이든 교양수업이든 아니면 화장실을 갈 때도 항상 붙어 다녔고 밥을 먹을 때에도 술을 마실 때도 함께 있었다. 그러다 보니 연우랑 만날 때는 수진이도 같이 만나는 경우가 많았고, 시험공부를 하거나 과제를 같이 할 때도 자연스레 수진이가 옆에 있었다. 목적은 연우랑 친해지는 것이었으나, 그 과정에서 수진이와도 친해졌다. 그런데 수진이가 나에게 고백을 할 줄은 생각도 못 했다. 그것도 연우에게 고백하고 차인 그날에 말이다. 수진이 얘기는 조금있다가 마저하겠다. 연우에게 차인 이후로 연우만 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하고, 시간이 많이 흘렀음에도 걔 생각이 내 머리속을 헤집고 다닌다. 술을 마시는 지금 이 순간조.. 2017. 12. 19. 이전 1 2 3 4 5 6 7 다음